티스토리 뷰


빛과 어둠은 공존한다는건 개소리다. 세상의 색깔엔 이미 닳고 닳은 색바란 밝음과 물빠진 어두움이 있을 뿐이다. 골목을 점령하는 질나쁜 쾌락의 웃음소린 역겹도록 요란하다. 밤이란 어둔 공간에서 기껏 비집고 들어온 빛은 인공 조미료 덩어리로 드문드문 길 위를 내리쬐는 조명들이다. 그늘 찾아들기 좋게만 가느다랗게 비춘. 언젠가부터 부끄러움을 꺼리되 부끄러움을 숨기지 않는 뻔뻔한 세상이 되놔서, 정상적인 것들이 죄다 이지러진 괴물같은 착시가 생겼다. 더는 살아도 의미없을 것들 천지에도 사람에겐 본능적 욕구가 그 충동을 늘 눌렀다. 신에겐 인류의 보존이란 이제 전혀 뜻깊은 일이 아닐 정도가 됐지만 인간은 아직까지 중차대한 미련의 리스트에 두는듯 했다. 마치 그것이 엄청나게 심각하고 대단한 일인양 요란인 그들은 참 우스운 꼬락서니다. 특별한 '소수'에 지나지 않는 자신들을 인류의 전부라 여기는 오만함이 같잖았다. 정신연령이 어린애 수준일 태도들이다. 알파에겐 너무도 당연해 순수한 지배욕, 이기심. 그 욕심이 지금의 어지러운 세태를 만든 요인이란 건 알까. 하긴, 알고 있다더라도 콧방귀나 낀채 절대로 인정 안해줄 현실이겠지.
오메가가 부족하다. 아버지 세대때부터 전세계적으로 뉴스에서 틈만나면 떠들어대던  그 얘기가 이리 급작스럽게 피부로 와닿을건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일이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망각하고 방심해오다 끝내 터진 것이다.  우리 세대에 들어오며 오메가가 품귀현상이었고, 요즘으로 접어들어 아주 씨가 말랐다고 한다. 오메가라면 무조건 천시받고 장난감 취급하기 일수라 다들 낳는것조차 꺼려했던 탓이다. 자연스레 오메가는 멸종직전까지 위태로워졌다.

우성 오메가는 퍽 옛날에 완전 소멸된지 오래라 역사나 과학교과서에서만 '있었었다'는 막연한 명제로 등장한다. 우성오메가에게서 우성알파가 태어날 확률이 높다는 것도 그저 책 안에서만 박제된 얘기. 이젠 오메가들이 드문 확률로 낳는 우성알파만이 있을 뿐이었다. 아니, 우성알파는 차치하고서라도 이대로 가단 알파마저 이제 곧 존재의 위기를 겪을게 뻔한 일이 됐다. 실이 가면 바늘이 꼭 함께 따라야하듯, 알파가 존속하려면 오메가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들이 알파를 임신할 수 있는 유일한 생명체니까. 심각성을 뒤늦게 깨달은 대단하신 두뇌의 윗분들은 본인의 쾌락과 번식이 사라져버릴 지경에 이르자 부랴부랴 과학자들을 닦달했다.

그리고 이르른 지금의 혼돈. 우월한 인류의 보전이라는 거창한 명목하에 오메가 촉진제라는 약물이 갑자기 생산됐다. 검증되지 않은 약의 오남용, 그에 따른 댓가는 실로 무시무시한 결과에 이르렀다. 20%도 채 되지 않을 알파와 오메가 개체들을 위해 '흔해빠진' 베타들을 이용해 무차별적으로 가한 실험. 어떤 이는 체력적으로 버티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았고, 대다수의 베타는 아나필릭시스로 처참히 목숨을 잃어갔다. 도저히 여자들의 몸으론 감당키 힘든 강행군이었기에 ㅡ 영 마뜩찮긴 했으나 ㅡ 그들은 남자 베타로 시선을 옮겼다. 덕분에 지쳐 죽어가는 실험대상은 급격히 줄어들었지만 쇼크사를 해결할 방도는 여전히 요원하였다. 그러던 중 머지 않아 과학계에서 발표되었다던 가설은 꽤 그럴듯했었다. 베타에겐 없는 유전자가 알파나 오메가들이 가지고 있을거란 주장. 때마침 베타들의 불만이 전세계적으로 폭발 일보직전에까지 온 아슬아슬한 시기서, 그들은 괜찮은 변명거리로 슬쩍 한 발 물러났다. 힘없고 깡없는 무리라도 그들은 다수였기에 어쩔수 없던 것이겠지.
그럼에도 알파 족속들은 그들의 권리와 행복을 끝끝내 포기할 수 없던 모양이다. 어느날 아침 신문을 펼쳐들었을때 1면에 큼지막히 박혀있던 특종. '열성 알파로 오메가 형질 전환 성공'. 알파와 우성 알파들이 짠 차선책이자 또다른 이들의 악몽이 시작점을 끊은 소리였고, 겉으론 덕분에 제법 안정적인 공급책이 생겼다. 그놈의 특별난 유전자가 진짜 있었던건지, 아나필릭시스 쇼크같은 부작용이 현저히 줄어들었단 소식도 연이어졌다. 뉴스에선 '희망자'에 한해서만 오메가 변환을 시행하고 있다며 교묘히 언플했지만 그 얘길 곧대로 믿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