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프 울리는 소리에 맞춰 젊은이들의 함성도 점차 크기와 열기를 더해갔다. 오늘은 아이돌 그룹 튜나즈의 새 앨범 발매 이후 처음으로 갖는 공연 무대였다. 데뷔 이후 지금까지 별 내홍도 기복도 없이 탄탄대로를 달리는 유명 아이돌이었지만, 처음은 그들에게도 소속사 식구들에게도 매번 긴장되기 마련이다. 이번 앨범은 타이틀 곡 부터가 여러가지 말들이 많이 나왔던 탓인지 튜나즈의 소속사 수양엔터테인먼트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웠고 사장 이 유도 예외는 아니었다. 보통의 다른 남성 아이돌과 다른 노선의 음악을 지향해 화제의 중심에 올랐던 튜나즈는 파워풀하고 절도있는 춤과 노래가 위주인 다른 그룹과 달리 섹시하고 관능적인 분위기의 춤과 음악을 선보여왔다. 해서 보수적인 평론가들 사이에선 망측함을 넘어서 음탕하다느니 성적인 ..
(홍차님과 푼 어린이날 어린이 웇조 썰을 참고 했습니다) 오늘도, 올해도였다. 입이 귀에 걸린채로 품에 다 안아도 모자란 선물을 잔뜩 받는 건 제 몫이 아니었다. 서인이 주변으로 여기저기 쌓여있다시피 한 그 물건들 중엔 평소 윤이 그렇게나 졸라도 절대 안 사주던 장난감도 있고, 너무나 좋아하지만 제대로 먹은게 손에 꼽을 정도인 맛나는 초코맛 과자도 있다. 저희들끼리만 들떠 시끄럽게 떠들며 꺄르르 웃어대는 그들을 윤은 잔뜩 풀죽은 얼굴로 힐끔 쳐다보았다. 아니나다를까, 뭘봐 하는 무언의 싸늘한 시선들이 윤의 눈동자로 꽂힌다. 자연스레 아이는 고개 푹 숙인채 모른척 고개 돌려야했다. "윤이 너는 문제집 풀고 있어라. 우린 서인이랑 놀러갔다 올테니까." 대답도 채 마치지 않았는데 윤의 의사는 무시한채 그의 부..
(발렌타인데이 기념으루.....간만에 짧게 써봅니다) 고사리마냥 작은 손이 흙바닥을 가른다. 가녀린 손가락이 의미 없이 모래 위를 유영하며 이리저리 맴돌았다. 제 빛을 잃은 곱고 부드러운 모래 입자보다 더 창백한 피부를 가진 손의 주인은 제 몸으로 뒤덮어 더 짙은 흙색을 만들기엔 아직 조그마한 그림자였다. 소년은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주위는 늦겨울의 바람이 간간히 매서운 입김소리를 낼뿐 고요하다. 원래 아무것도 없는 적막한 동네처럼. 절기가 입춘을 지났다지만 쌀쌀함이 여전했기에 저물어가는 날의 끝자락은 더더욱 을씨년스럽다. 소년은 오후부터 해가 기웃기웃하는 저녁 무렵까지 앉은뱅이 장승처럼 뻣뻣하게 굳은 채로 고개 숙이고 있었다. 그 표정은 몇 시간이 흘러도 한결 같이 어두웠다. 소년의 낯에 아마 일찍이..